메뉴 닫기

미드소마 – 기괴하 입니다

>

조금만 입소문을 탔더라면 여름을 지배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작품은 시대를 앞서가는 듯하거나 내용을 감당할 시기가 아닌 듯해 아마도 미드소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으로만 남을 것이다. 호러 마니아인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한 순간이었던 영화. 시작하자마자 귓가를 울리는 음울한 허밍 같은 노래는 뭔가 답답해 보이는 여주인공을 만나 불안을 부추긴다. 그런 여자친구를 계속 끌어안기가 답답했던 남자는 친구의 권유와 유혹을 이기지 못한 듯 한번 헤어지자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에게 엄청난 비극이 온다. 울부짖는 짧은 순간 나는 그 순간에 뒤집혔다. 음울한 허밍의 불쾌한 느낌이 증폭되고 있음을. 참사를 겪은 여성의 감정에 동조하기도 전에 거슬리는 울음소리가 주는 자기배신적 불온함이 이 영화를 지배하고 말 것이라는 불쾌한 기대를.​

>

제발 그애 들어가기 싫은 여행에 ‘쟤’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와 함께 가버린 여행. 그리고 만남에서 마약성이 짙은 버섯을 나눠주는 사람과, 그걸 좋아한다고 해서 새로운 경험으로만 들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차 한잔을 마신 주인공은 온전히 땅에 붙어있지 않습니다. 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도 대지와 하나가 된 것을 느낄 법도 한데, 평화로운 일상마저 공포와 고통에 다가오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글로는 말할 수 없는 스포일러성 비극 때문이다. 온천지를 떠돌다 보니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

이들은 ‘햇살이 가득한 곳’을 묘사한 공간을 지나 꽃을 달고 춤추는 집단과 마주하고, 그들을 그곳으로 이끈 새로운 친구들이 서로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그 사이 지나친 다양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데, 특히 그게 그렇게 되는 걸 보면 새로운 불쾌감이 살짝 목덜미를 잡고 사라집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 그러나 천재감독은 그저 끔찍하다고 단정짓기엔 불온하게 빛나는 장면과 신들린 연출로 보는 이의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거기에 미드소마는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과 조경을 자랑합니다. 노랗고 녹색으로 파란 하늘로, 가끔 순백의 구름이 지나가고 얼굴이 산산조각이 나서 화면이 뒤죽박죽이 되기도 합니다.​

>

그러다가 내가 너무 오랜만에 소름끼치는 장면은 여주인공이 열쇠구멍 사이로 본 광경에 혼자 질식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울부짖자 사이비 여신들이 아가씨를 감싸고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그리고 너와 함께 숨을 쉬며 함께 자면서 함께 행복하고 함께 슬퍼한다는 듯 주인공의 울음소리에 함께 싱크대를 맞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아, 어쩌면 이런 일로 속임수에 빠질지도 모르겠군. 세상에 나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 우리는 당신의 가족이라고 졸졸 다가와서, 슬플 때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입니다.​

>

이 영화의 음향/음악은 정확히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고도 남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워. 영화를 다시 보려고 했는데, 이것 때문에 좀 지겨운 탓인지 한 박자 쉬어가려고 했어요.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놓지 않는 영화의 원초적인 힘은 대단합니다. 오랜만에 멍하니 보더라.

>